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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 트레이딩 레전드 22편] 6장 1편 — \"시장은 항상 틀렸다\", 소로스가 100억 달러로 영국을 이긴 방법

이 글을 읽으면 조지 소로스의 반사성 이론이 왜 어려운 학술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코인 시장에서 보는 그 현상인지 식당 앞 줄 하나로 이해하게 되고, 1992년 9월 소로스가 영국 중앙은행을 상대로 이긴 사건에서 '분석이 맞았다'와 '베팅이 통했다' 사이에 무엇이 하나 더 있었는지 알게 된다. 리버모어의 추세 추종과 정반대 자리에 서는 두 번째 무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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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 트레이딩 레전드 22편] 6장 1편 — \"시장은 항상 틀렸다\", 소로스가 100억 달러로 영국을 이긴 방법

지난 편에서 5장을 닫았다. 리버모어의 추세 추종 규칙을 5년치에 돌려보고, 수익률이 아니라 낙폭 칸에 전략의 값어치가 적혀 있다는 걸 확인했다.

이번 편부터 6장이다. 그리고 여기서 방향이 완전히 뒤집힌다.

리버모어가 "시장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가라"고 했다면, 조지 소로스(George Soros)는 정반대 자리에서 말한다. "시장은 항상 틀렸다."

처음 들으면 좀 이상한 말이다. 시장이 틀렸다고? 그럼 차트도 틀렸고 가격도 틀렸다는 건가?

그런 뜻이 아니다. 소로스가 말한 건 더 정교한 얘기다. 이번 편에서 그게 뭔지 풀고, 1992년에 그가 그 개념으로 영국 중앙은행을 이긴 사건까지 본다.

반사성 — 시장은 거울이 아니라 메아리다

반사성 — 시장은 거울이 아니라 메아리다
반사성 — 시장은 거울이 아니라 메아리다

소로스가 평생을 걸고 다듬은 개념의 이름은 **반사성 이론(reflexivity)**이다. 이름은 거창한데, 한 줄로 압축하면 이렇다.

"시장 참여자의 인식이 가격을 움직이고, 움직인 가격이 다시 인식을 강화한다."

말이 좀 어렵다. 비유로 가자.

당신이 어떤 식당 앞을 지나간다. 평일 저녁 7시인데 줄이 길게 서 있다. 무슨 생각이 드는가? "아, 맛집인가 보네." 이 순간 당신 머릿속에는 이 식당이 "좋은 식당"이라는 인식이 자리잡는다. 줄을 보고 맛을 추론한 거다.

다음 사람이 지나간다. 그도 똑같이 추론한다. "어, 줄 서 있네. 맛있나 보다." 그래서 줄에 합류한다. 그다음 사람도, 그다음 사람도. 줄은 점점 길어진다. 그리고 줄이 길어질수록 새로 지나가는 사람의 확신은 더 강해진다.

줄 그 자체가 줄을 부른다. 음식 맛은 평범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시장이 정확히 이렇게 움직인다.

가격이 오르는 걸 본다 → "오르는 건 이유가 있다"고 인식한다 → 매수한다 → 가격이 더 오른다 → 인식이 더 강해진다 → 더 산다.

이 피드백 루프가 한쪽으로 강하게 돌아갈 때, 가격은 펀더멘털을 한참 지나쳐 간다.

소로스가 강조한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시장은 객관적이지 않다. 가격은 "이 자산의 진짜 가치"를 비추는 게 아니라, "참여자들이 이 자산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비춘다. 그리고 그 시각은 자주 틀린다. 시장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사람들이 지른 소리가 되돌아오는 메아리에 가깝다.

둘째, 인식과 가격은 서로 강화한다. 한쪽으로 강한 흐름이 시작되면, 그 흐름은 자기 자신을 먹으면서 커진다.

그리고 여기가 중요하다. 반사성은 양방향으로 작동한다.

방향루프결과
가격 상승 → 매수 → 가격 더 상승FOMO 루프
아래가격 하락 → 공포 매도 → 가격 더 하락패닉 루프

두 루프 모두, 펀더멘털 자체보다 사람들의 인식이 가격을 끌고 간다. 그리고 아래로 갈 때가 위로 갈 때보다 훨씬 잔인하다. 이건 다음 편의 LUNA 사례에서 숫자로 확인하게 된다.

왜 암호화폐에서 특히 잘 보이는가

한 가지 덧붙이자. 반사성은 모든 시장에서 작동하지만, 암호화폐에서 유난히 노골적으로 보인다. 이유가 있다.

주식에는 매출과 순이익이 있다. 부동산에는 임대 수익이 있다. 가격이 너무 멀리 가면 "PER이 80배인데?" 같은 **닻(anchor)**이 사람을 붙잡는다. 그 닻이 인식의 폭주를 어느 정도 제한한다.

암호화폐에는 그 닻이 약하거나 없다. 온체인 지표들이 대용 역할을 하긴 하지만, 주식의 실적 공시만큼 강제력이 있진 않다. 닻이 약할수록 인식이 가격을 끌고 갈 수 있는 거리가 길어진다. 그래서 암호화폐 사이클은 위로도 아래로도 폭이 크다.

이걸 알아야 다음 얘기가 산다. 1992년에 소로스가 영국 파운드화를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보자.

1992년 9월 — 영국 중앙은행을 이긴 남자

1992년 9월 — 영국 중앙은행을 이긴 남자
1992년 9월 — 영국 중앙은행을 이긴 남자

소로스에게 "Bank of England를 무너뜨린 남자"라는 별명을 붙여준 사건이다. 너무 자주 인용되는 사례지만, 우리는 짧게 짚고 넘어간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수익 자체가 아니라 반사성이 실전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다.

배경 — 펀더멘털과 가격의 괴리

1990년대 초, 영국은 ERM(유럽 환율 메커니즘)에 묶여 있었다. 쉽게 말하면 파운드화 가치를 일정 범위 안에서 유지해야 했다.

그런데 영국 경제는 그 환율을 유지할 체력이 안 됐다. 인플레이션은 높고, 경기는 침체였다. 한마디로 펀더멘털과 환율 사이에 큰 괴리가 있었다.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는 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어떻게든 방어할 거라고 믿었다. 정부가 그렇게 말하니까, 시장도 그렇게 인식했다. 가격은 "정부가 지킬 거다"라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었다. 펀더멘털이 아니라.

소로스가 본 것

소로스는 두 가지를 봤다.

  1. 파운드 환율은 펀더멘털을 한참 벗어나 있다.
  2. 영국 정부는 시장의 매도 압력을 끝까지 버틸 자원도, 의지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까지는 분석이다. 좋은 분석이지만, 이걸 본 사람이 그 혼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진짜 차이는 그다음이다. 소로스는 "내 분석이 맞을 것 같다"에서 멈추지 않았다.

"내가 큰 베팅을 던지면, 다른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고, 그게 가격을 더 밀어붙일 것이다."

이걸 계산했다. 즉 자기 베팅 자체가 반사성 루프를 트리거할 거라고 본 것이다. 이게 분석가와 투기가의 차이다. 분석가는 시장을 관찰하고, 소로스는 자기가 관찰 대상의 일부가 되는 걸 계산에 넣었다.

실행

1992년 9월, 그는 Quantum Fund를 통해 100억 달러 규모로 파운드화를 공매도한다.

시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다른 펀드들이 따라붙었다. 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10%에서 12%, 다시 15%로 끌어올리며 방어했지만 소용없었다. 매도 압력은 폭주했다.

9월 16일, 영국은 결국 ERM에서 탈퇴한다. 이날이 **"Black Wednesday"**다. 파운드화는 며칠 만에 폭락했고, 소로스는 약 10억 달러를 벌었다고 알려진다.

여기서 봐야 할 것

수익 10억 달러가 아니다. 루프가 어떤 순서로 돌았는지다.

  1. 펀더멘털과 가격(인식)의 괴리가 임계점에 달한다.
  2. 누군가가 강하게 한쪽 방향으로 민다.
  3. 시장 인식이 반대 방향으로 뒤집힌다.
  4. 한 번 뒤집힌 인식이 자기 자신을 먹으면서 커진다.
  5. 결국 정부조차 막지 못하는 흐름이 된다.

금리를 15%까지 올린 중앙은행이 졌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반사성 루프가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하면, 정책 수단으로 막는 데 한계가 있다. 정책도 결국 시장 인식을 통해서만 작동하기 때문이다. 인식이 이미 "정부는 못 버틴다"로 넘어갔으면, 금리를 올리는 행위 자체가 "저렇게까지 하는 걸 보니 진짜 급하구나"로 읽힌다.

한 가지 균형을 잡고 넘어가자. 소로스가 이겼다고 해서 "괴리를 발견하면 반대로 걸면 된다"가 되지는 않는다. 그는 괴리를 봤고, 임계점에 가까웠다고 판단했고, 그 판단이 틀렸을 때 감당할 규모를 알고 있었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같은 베팅이 그냥 손실이 된다. 실제로 "너무 일찍 반대로 갔다가" 죽는 게 역발상 매매의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인데, 그건 이 장의 뒷부분에서 따로 다룬다.

정리 — 그리고 30년 뒤, 같은 패턴

정리 — 그리고 30년 뒤, 같은 패턴
정리 — 그리고 30년 뒤, 같은 패턴

이번 편에서 장착한 건 개념 하나다. 다만 이 개념이 6장 전체의 뼈대다.

  • 가격은 펀더멘털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참여자 인식의 메아리다.
  • 인식과 가격은 서로 강화한다. 이게 반사성이다.
  • 반사성은 양방향이다. 위로는 FOMO 루프, 아래로는 패닉 루프.
  • 펀더멘털의 닻이 약한 시장일수록 인식이 가격을 더 멀리 끌고 간다. 암호화폐가 그렇다.
  • 1992년 파운드는 이 루프가 실전에서 도는 걸 보여준 교과서적 사례다. 괴리 → 트리거 → 인식 반전 → 자기 강화 → 붕괴.

이제 이 패턴을 머리에 새기고, 시간을 30년 뒤로 넘겨보자.

2022년 5월, 시가총액 약 400억 달러가 일주일 만에 거의 0으로 증발한 사건이 있었다. LUNA와 UST다. 구조를 뜯어보면 1992년 파운드와 놀랍도록 같은 그림이 나온다. 펀더멘털과 인식의 거대한 괴리, 임계점에 달한 시스템, 그리고 한 번의 강한 매도.

다른 점은 딱 하나다. 속도. 영국은 며칠이 걸렸고, LUNA는 닷새 만에 -99.9999%까지 갔다.

다음 편에서 그 닷새를 하루 단위로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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