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트레이딩 레전드 23편] 6장 2편 — 닷새 만에 400억 달러가 사라진 방법, 그리고 원숭이 그림이 4억 원이던 시절
지난 편에서 배운 반사성 루프를 실제 사건 두 개에 대입한다. 하나는 아래로 도는 루프의 극단 — LUNA/UST가 닷새 만에 -99.9999%까지 간 과정을 하루 단위로 따라간다. 다른 하나는 위로 도는 루프의 극단 — 2021년 NFT 시장이 8개월 만에 375배가 된 뒤 95%가 증발한 과정이다. 두 사건의 공통 구조를 표 하나로 정리하면, 다음번에
![[크립토 트레이딩 레전드 23편] 6장 2편 — 닷새 만에 400억 달러가 사라진 방법, 그리고 원숭이 그림이 4억 원이던 시절](/_next/image?url=https%3A%2F%2Fcdn.sanity.io%2Fimages%2Flyo2lw0j%2Fproduction%2Fba7d3e10e1e317119d4e7202db314bad08ec46be-1216x832.png&w=3840&q=75)
지난 편에서 소로스의 반사성을 배웠고, 1992년 영국 파운드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그 루프가 실제로 도는 걸 봤다. 괴리 → 트리거 → 인식 반전 → 자기 강화 → 붕괴.
그리고 마지막에 예고를 하나 남겼다. 30년 뒤 암호화폐 시장에서 같은 패턴이 훨씬 빠른 속도로 반복됐다고.
이번 편에서 그 두 사건을 본다. 하나는 루프가 아래로 돈 극단이고, 하나는 위로 돈 극단이다.
케이스 1: LUNA/UST — 반사성이 거꾸로 도는 모습

시가총액 약 400억 달러가 일주일 만에 거의 0이 됐다.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잔인한 사례고, 한국 투자자도 어마어마하게 물려 있던 사건이다.
여기서 "버블이 터졌다"로 요약하면 아무것도 못 배운다. 이건 반사성 루프가 역방향으로 돌면서 자기 자신을 먹어치운 사건이다. 구조부터 보자.
왜 애초에 위험했나
UST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었다. 1 UST = 1달러로 고정하는 게 목표였는데, 방법이 특이했다. 담보를 쌓아두는 대신 상호 변환 메커니즘을 썼다.
1 UST는 언제나 1달러어치 LUNA로 바꿀 수 있다. 반대로 1달러어치 LUNA는 언제나 1 UST로 바꿀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이게 가격을 자동으로 고정한다. UST가 0.99달러면 차익거래자가 사서 LUNA로 바꿔 이익을 보고, 1.01달러면 반대로 하면 된다. 시장이 알아서 1달러로 되돌린다는 논리다.
여기에 Anchor Protocol이 붙어 있었다. UST를 예치하면 연 19~20% 이자를 줬다. 그래서 돈이 몰렸다. 2022년 4월 기준 Anchor에 들어와 있던 UST가 약 140억 달러다.
여기서 한 번 멈춰서 생각해보자. 스테이블코인에 연 20% 이자가 어떻게 가능한가?
답은 단순했다. 불가능했다. Anchor의 이자 수익은 자체 수익으로 감당이 안 됐고, 운영 주체가 보조금으로 메우고 있었다.
지난 편의 언어로 옮기면 이렇다. 펀더멘털과 인식 사이에 거대한 괴리가 있었다. 사람들은 "20%를 안전하게 받는다"고 인식했지만, 실제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
1992년 영국과 정확히 같은 그림이다. 괴리가 크고, 시스템이 임계점에 있고, 누군가 강하게 한쪽으로 밀면 무너진다.
닷새
밀린 시점이 2022년 5월 7일이다. 이날 새벽 UST를 대량 매도하는 거래가 발생했다. 누가 무슨 의도로 했는지는 지금도 논쟁 중인데, 사실 누가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이 매도가 루프를 트리거했다는 것이다.
| 날짜 | UST | LUNA | 시장 분위기 |
|---|---|---|---|
| 5/5 | $1.00 | 약 $87 | 정상 |
| 5/7 | 약 $0.985 | — | "곧 회복되겠지" |
| 5/9 | 약 $0.95 | 약 $30 | 트위터에 위험 경고 확산, Anchor 인출 시작 |
| 5/10 | 약 $0.60 | 50% 하락 | UST→LUNA 전환 폭주 |
| 5/11 | 더 악화 | $30대 → $5대 | 하루 만에 무너짐 |
| 5/12~13 | 사실상 붕괴 | 약 $0.0001 | 공급량 3.5억 개 → 6.5조 개 |
여기서 결정적인 대목은 5월 10일이다. 메커니즘상 UST를 LUNA로 바꿀 수 있으니까, 겁먹은 사람들이 미친 듯이 UST를 LUNA로 바꿔서 던졌다. 그러면 LUNA 공급량이 폭증한다. 공급이 늘면 가격이 더 빠진다. 가격이 더 빠지면 UST 담보력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진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이 UST를 LUNA로 바꾼다.
디페깅 → 공포 → 매도 → 더 큰 디페깅 → 더 큰 공포 → 더 큰 매도
위로 올라갈 때 사람들을 끌어모았던 바로 그 메커니즘이, 아래로 내려갈 때는 사람들을 짓밟는 가속기로 바뀌었다.
며칠 전 $87이던 코인이 $0.0001이 되는 데 걸린 시간이 닷새다.
여기서 가져갈 두 가지
첫째, "구조적으로 안정된 시스템"은 인식이지 사실이 아닐 수 있다. UST는 "알고리즘으로 자동 안정화된다"고 광고됐다. 그 알고리즘은 실제로 작동했다 — 단, 인식이 우호적일 때만. 인식이 뒤집히자 같은 알고리즘이 붕괴 가속기가 됐다. 설계 자체에 방향성이 없었던 게 아니라, 설계가 인식에 종속돼 있었던 것이다.
둘째, 반사성 붕괴는 시간이 짧다. 이게 실전에서 훨씬 중요하다.
| 대응 시점 | 손실 |
|---|---|
| 5/9 (0.95달러에 손절) | 약 -5% |
| 5/11 (셋째 날 매도) | 약 -50% |
| 5/13 (닷새 뒤) | -99.9999% |
위로 갈 때는 1~2년 걸리던 게 아래로는 며칠 만에 끝난다. "조금만 기다리면 회복되겠지"가 가장 위험해지는 순간이 정확히 이때다. 평소에는 이 판단이 맞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케이스 2: 2021년 NFT — FOMO가 FOMO를 먹는 동안

이번엔 루프가 위로 도는 쪽이다.
2021년 NFT 시장은 한국과 글로벌 양쪽에서 광기에 가까웠다. "비싸졌다" 정도가 아니라, 평범한 직관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가격이 줄지어 나왔다.
| 대상 | 시작 | 정점 |
|---|---|---|
| OpenSea 월간 거래액 | 2021년 1월 약 800만 달러 | 2021년 8월 약 30억 달러 (8개월 만에 약 375배) |
| CryptoPunks 평균가 | 2021년 초 약 5 ETH | 2021년 8월 약 100 ETH 이상 |
| BAYC | 2021년 4월 민팅 0.08 ETH | 2022년 5월 최고 152 ETH (약 43만 달러) |
| 비플 단일 작품 | — | 2021년 3월 크리스티 약 6,930만 달러 |
BAYC는 민팅가 대비 2년도 안 돼서 거의 2,000배다.
합리적인 사람이 이 숫자를 보고 처음 느끼는 감정은 "이게 말이 되나?"다. 맞다. 안 됐다. 그런데도 갔다. 왜?
펀더멘털 닻이 아예 없을 때
여기가 반사성이 가장 노골적으로 보이는 지점이다.
주식은 매출과 순이익으로, 부동산은 임대 수익으로 어느 정도 가치를 잴 수 있다. NFT는? "이 그림을 누군가 더 비싸게 사줄 거라는 믿음"이 사실상 유일한 가치 근거였다.
즉 NFT 가격은 100% 인식으로만 굴러갔다. 지난 편에서 "닻이 약하면 인식이 가격을 끌고 갈 수 있는 거리가 길어진다"고 했는데, NFT는 닻이 약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없었다.
루프를 분해하면 이렇다.
- 셀럽이 BAYC를 산다 → 트위터에 자랑한다 → "이거 진짜인가 보네"
- 가격이 오른다 → 뉴스가 보도한다 →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FOMO
- 신규 진입자가 들어온다 → 거래량과 가격이 더 오른다 → 인식 강화
- 새 프로젝트가 매주 수십 개 나온다 → 일부가 폭등한다 → "잘 고르면 인생 바뀐다"는 서사
- 미디어·인플루언서·기업까지 들어온다 → "이건 진짜 트렌드"라는 확신
1992년 파운드와 구조가 같다. 다만 앵커가 없으니 폭주가 더 극단적이다.
그리고 유동성이 사라졌다
2022년 들어 환경이 바뀐다. 연준이 금리를 본격적으로 올리고, 위험자산에서 돈이 빠진다. 비트코인도 빠지지만 NFT는 훨씬 잔인하게 빠진다.
이유는 유동성이다. NFT는 사고 싶을 때는 비싸게 사야 하지만, 팔고 싶을 때는 받아주는 사람이 없다. 주식처럼 호가창이 두껍지 않다.
- OpenSea 월 거래액: 2022년 1월 약 50억 달러 정점 → 1년 뒤 약 2~3억 달러. 약 -95%
- BAYC: 152 ETH → 한때 30 ETH 아래. 같은 기간 이더리움 가격까지 빠진 걸 감안하면 달러 기준 -90% 이상이 흔했다
트리거가 "대량 매도" 같은 한 방이 아니라 **"신규 진입자가 안 들어오는 것"**이었다는 게 LUNA와 다른 점이다. 루프가 자기를 강화하려면 계속 새 연료가 필요한데, 그 연료가 끊기면 루프는 저절로 반대로 돈다.
두 사건을 한 표에

| 항목 | LUNA/UST | 2021 NFT |
|---|---|---|
| 펀더멘털과 인식의 괴리 | 알고리즘 안정성 신화 vs 실제 보조금 구조 | 무한 상승 신화 vs 실제 유동성 부재 |
| 반사성 루프 | 디페깅 → 공포 → 매도 → 더 큰 디페깅 | FOMO → 가격 상승 → 더 큰 FOMO → 신규 자금 |
| 트리거 | 5월 7일 대량 UST 매도 | 2022년 매크로 긴축, 신규 진입 둔화 |
| 붕괴 속도 | 약 5일 | 약 6~12개월 |
| 회복 여부 | 사실상 0 (LUNA Classic 잔존) | 시장은 생존, 가치 90% 이상 소실 |
같은 구조가 다른 옷을 입고 반복됐다. 그리고 이건 2022년에 끝난 얘기가 아니다. 다음번엔 AI 코인일 수도, RWA(실물자산 토큰화)의 일부일 수도, 새로운 형태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일 수도 있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게 하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다음 LUNA"를 맞추는 게 아니다. 그건 도박이고, 대부분 너무 일찍 반대로 걸었다가 죽는다.
필요한 건 반사성 루프가 임계점에 가까워지는 신호를 읽는 도구다. 거기서 빠져나오는 도구, 나아가 역으로 베팅하는 도구.
다음 편에서 그 도구 세 가지를 본다. 시장의 체온을 재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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