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트레이딩 레전드 5편] 1장 3편 — 규제도 없고, 팔 수도 없다: 두 번째 함정
변동성과 사이클이 첫 번째 충격이라면, 규제의 부재와 유동성 함정은 더 은밀하고 자주 계좌를 갉아먹는다. 1장 3편에서는 이 두 번째 층의 위험을 직시한다.
4편에서 변동성과 4년 사이클을 다뤘다. 70~85% 하락이 사이클의 기본값이라는 것, 반감기가 4년 패턴의 엔진이라는 것. 이걸 머리에 새겼다면 이제 다음 질문이 나온다.
"그래서 좋은 코인 잘 골라서 사면 되는 거 아닌가?"
아직이다. 암호화폐 시장에는 변동성보다 더 은밀하게, 그리고 더 자주 계좌를 갉아먹는 두 가지가 있다. 규제의 부재와 유동성이다. 오늘은 이 두 번째 층의 함정을 본다.
규제가 없다는 건 보호자가 없다는 뜻이다
주식 시장에서 한 기업의 임원이 실적 발표 전에 회사 주식을 대량으로 판다고 치자. 내부자 거래다. 적발되면 형사 처벌이다. 마사 스튜어트가 주식 내부자 거래로 실제로 감옥에 갔다. 이게 전통 금융이다.
암호화폐 프로젝트 팀이 토큰을 대량으로 판다. 처벌받을까? 대부분의 나라에서 법적 근거가 아직 불명확하다. "내부자 거래"라고 단정하기도 어렵고,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해야 할지도 불분명하다. 개발팀이 토큰을 팔고 프로젝트를 접어도 민사적으로 손해를 배상받기가 극히 어렵다.
정보의 출처도 완전히 다르다. 전통 금융에서는 기업이 분기마다 감사를 받은 재무제표를 의무적으로 공시한다. 중요한 사안이 생기면 공시해야 한다. 숨기면 불법이다. 암호화폐에서는? 트위터를 본다. 텔레그램 채널을 구독한다. 디스코드에서 소문을 듣는다.
그리고 이게 실제로 가격을 움직인다.
일론 머스크가 도지코인 관련 트윗 하나 올리면 50%가 오른다. 유명 유튜버가 "이 코인 간다"고 외치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산다. 정보인지 마케팅인지, 진심인지 사전 매집인지 구분이 안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수법을 알아야 한다. 펌프앤덤프(pump and dump)다.
구조는 단순하다. 특정 코인을 미리 대량으로 산다. 그러고 나서 SNS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이 코인 곧 대형 파트너십 발표 예정", "100배 간다", "내부 소식 있음". 사람들이 몰려와서 가격이 오른다. 처음에 사둔 물량을 시장에 쏟아붓는다. 가격은 폭락한다. 늦게 들어온 사람들만 손해를 본다.
전통 금융에서 이짓 하면 감옥이다. 암호화폐에서는 매일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특히 시가총액이 작은 알트코인 시장에서는 거의 일상이라고 봐도 된다.
이 현실을 정면으로 직시해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보호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이 시장에서 버려야 한다. 여기서는 자기 자신이 자기의 규제 기관이다. 내가 정보를 검증하고, 내가 수상한 신호를 걸러내고, 내가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유동성: 사고 싶을 때만 문이 열리면 안 된다
유동성이 뭔지 쉽게 정의하면 이렇다. 사고 싶을 때 살 수 있고, 팔고 싶을 때 팔 수 있는 정도.
두 번째 부분이 중요하다. 팔고 싶을 때 팔 수 있는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메이저 코인은 문제없다. 하루 거래량이 수십억 달러씩 되니까 개인 투자자가 사고파는 데 지장이 없다. 사겠다는 사람, 팔겠다는 사람이 항상 충분하다.
시가총액 100위 밖으로 나가면 다르다.
하루 거래량이 10만 달러가 안 되는 코인이 수두룩하다. 이런 코인에 큰돈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
사는 것까지는 괜찮다. 내가 사면 가격이 조금 올라가지만, 그건 반기는 상황이니까. 문제는 팔 때다.
내가 팔려고 주문을 냈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내려서 팔아야 한다. 그리고 대량으로 팔면 내 매도 주문 자체가 시장 가격을 끌어내린다. 내가 시장 가격을 부수면서 파는 셈이다. 이걸 슬리피지(slippage)라고 부른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아예 팔 수가 없다. 매수 호가 자체가 없어진다. 가격이 90% 빠졌는데도 살 사람이 없는 상황. 이게 유동성 고갈이다. 소규모 알트코인에서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제시 리버모어는 "큰 포지션을 잡을 때 과감해야 한다"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그 말은 뉴욕증권거래소처럼 유동성이 넘치는 시장 이야기다.
하루 거래량 5만 달러짜리 알트코인에서 과감하게 큰 포지션을 잡으면 어떻게 되나. 들어갈 때 가격을 밀어올리고, 나올 때 가격을 끌어내리고, 양쪽에서 다 손해를 본다. 과감한 게 아니라 스스로 덫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암호화폐에서 새로운 코인에 투자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다.
일일 거래량: 내가 투자하려는 금액이 하루 거래량의 1~2%를 넘으면 주의해야 한다. 이 경우 내 거래 자체가 시장에 영향을 준다.
호가 스프레드: 매수 최고가와 매도 최저가의 차이. 스프레드가 넓으면 유동성이 낮다는 신호다.
거래소별 유동성: 같은 코인이어도 어느 거래소에서 거래하느냐에 따라 유동성이 천차만별이다. 주요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지, 없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첫 번째다.
이거 안 하고 투자하는 건 출구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건물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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