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보안 — 시드 문구·콜드월렛·승인 권한 관리
2024년 월렛 드레이너로 사라진 돈이 4억9,400만 달러, 가장 많이 악용된 건 가스비도 안 드는 "Permit" 서명이었다. 시드 문구 하나가 지갑의 전권이고, 무심코 눌러버린 무제한 승인 하나가 잔액 전부를 여는 열쇠가 된다.

2024년 한 해 월렛 드레이너(지갑을 통째로 비워가는 피싱 수법)로 사라진 돈이 4억9,400만 달러다. 가장 많이 악용된 서명 유형은 "Permit"으로 56.7%를 차지했다(출처: Scam Sniffer 2024 리포트, BleepingComputer, 2026-07-20 확인). 2025년엔 이 숫자가 8,385만 달러로 83% 줄었지만, 뒤에서 보듯 그건 공격이 사라져서가 아니다. 지난 편(Phase 2 #8)이 스프레드·슬리피지로 새는 돈이었다면, 이번 편은 지갑 전체가 한 번에 비는 손실이다.
시드 문구 하나가 지갑의 전권이다

시드 문구(니모닉, BIP-39 표준의 12~24개 단어)는 비밀번호가 아니라 지갑 자체다. 만들어지는 순서는 이렇다. 먼저 난수 생성기가 128~256비트 난수를 뽑고, 그 난수를 SHA-256으로 해시해 앞부분 몇 비트를 잘라 뒤에 덧붙인다. 이 덧붙인 조각이 체크섬이다. 그렇게 길어진 값을 11비트씩 끊어 2048개 단어 목록에 대응시킨 게 우리가 보는 단어들이다(출처: DevToys Pro, 2026-07-20 확인). 단어 수가 12개, 24개처럼 딱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 체크섬 때문이다 — 128비트에 4비트를 붙여 132비트가 되어야 11로 나뉘어 12단어가 된다. HD 월렛(하나의 씨앗값에서 모든 주소를 파생시키는 구조) 덕분에 시드 문구 하나로 지갑의 모든 코인·주소 개인키가 다시 계산되므로, 시드를 아는 사람은 그 지갑 자산 전체의 서명 권한을 그대로 갖는다(출처: Vault12, 2026-07-20 확인).
체크섬은 오타 감지 기능이지 보안 강화 기능이 아니다. 잘못 적으면 임포트 시 에러가 뜰 뿐, 시드 자체가 더 안전해지는 건 아니다. "이중 보호"라고 착각하는 초보 트레이더가 많은데, 보안은 오직 누가 이 단어들을 볼 수 있는가로만 결정된다.
종이는 화재·침수에 취약해 스테인리스 스틸·티타늄 각인 금속 백업이 표준이 됐다(제조사들이 내세우는 내열 스펙은 1000℃대까지 올라가지만, 이는 제품 광고 수치이고 독립 검증치는 아니다). 사본은 자택 금고·은행 대여금고 등 분리된 최소 2곳에 나눠 보관한다.
시드 문구를 사진·클라우드 메모·카카오톡·이메일에 저장하면 안 된다. 2022년 LastPass 침해로 고객 볼트가 유출됐고, 시드를 저장해뒀던 피해자 자금이 이후 도난당했다. 피해 추정액은 매체마다 갈린다. The Hacker News·TRM Labs는 3,500만 달러 이상, Krebs on Security는 최대 1억5,000만 달러까지 언급한다(출처: The Hacker News, Krebs on Security, 2026-07-20 확인). 클라우드 저장소는 서버가 뚫리면 통째로 털린다는 게 핵심이다. 어떤 지원팀도 시드 문구를 요구하지 않으니, 물어보면 100% 피싱이다.
커스터디 vs 핫월렛 vs 콜드월렛 — 얼마를 어디에 둘 것인가

지갑은 크게 세 갈래다. 거래소 커스터디는 업비트·빗썸·바이낸스처럼 거래소가 개인키를 대신 보유하는 방식, 핫월렛은 메타마스크 같은 인터넷 연결 소프트웨어 지갑, 콜드월렛(하드웨어 지갑)은 개인키를 오프라인에서 생성·보관하고 승인마다 물리 버튼·PIN을 요구한다. 콜드월렛은 은행 대여금고(찾으러 가야 하지만 안전), 핫월렛은 지갑 속 현금(바로 쓰지만 소매치기 위험)에 가깝다. 물리 확인 절차 덕에 원격 피싱·악성코드가 서명을 가로채기 어렵다(출처: Ledger Academy, 2026-07-20 확인).
한국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2024년 7월 시행)으로 거래소가 이용자 가상자산 경제적 가치의 80% 이상을 인터넷과 분리해 보관하도록 의무화했다(출처: ZDNet Korea, 2026-07-20 확인). 거래소 자기자산이 아니라 이용자 자산이 기준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업비트는 2025년 10월 말 기준 98% 이상을 콜드월렛에 두고 있다(출처: 뉴시스, 2026-07-20 확인). 다만 이 숫자가 거래소가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파산하거나 운영진이 문제를 일으키면 콜드월렛 비율과 무관하게 접근권이 없다는 게 FTX·Celsius·Mt. Gox의 교훈이고, "Not your keys, not your coins"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초보자는 언제 콜드월렛으로 넘어가야 하나. 명확한 금액 기준은 없다. 해외 매체 일부가 "1,000달러 넘으면 고려하라"고 하지만 출처가 약해 따를 필요는 없다. "잃으면 타격이 큰가"를 기준으로 단기 운영 자금은 거래소·핫월렛에, 오래 들고 갈 자금은 콜드월렛에 두는 역할 분리가 핵심이다. 필자는 매매용 자금만 거래소에 두고 장기로 들고 갈 물량은 콜드월렛으로 빼는 식으로 나눠 쓴다 — 금액선을 정해놓기보다, 이 돈이 이번 달에 손댈 돈인지부터 묻는 편이 실수가 적었다. 소액을 자주 매매한다면 전부 콜드월렛에 넣는 게 오히려 불편만 키운다.
하드웨어 지갑은 반드시 제조사 공식 채널에서만 구매하고 중고·오픈마켓은 피한다. 박스에 시드 문구가 이미 적힌 카드가 동봉돼 있다면 사전에 노출된 시드일 수 있으니 그 지갑은 즉시 폐기한다.
승인(approve) 하나가 드레이너의 문을 연다

DEX·렌딩 서비스를 쓰려면 ERC-20 구조상 approve(spender, amount)로 컨트랙트에 지출 권한(allowance)을 위임하고, 이후 컨트랙트가 transferFrom으로 토큰을 옮기는 2단계 구조를 거친다(출처: Speedrun Ethereum, 2026-07-20 확인). 많은 dApp이 재승인 가스비를 아끼려 한도를 무제한(2^256-1)으로 요청하는데, 이는 지금 거래 금액이 아니라 미래 언제든 잔액 전부를 인출할 권한을 여는 것이라 컨트랙트가 취약하거나 악의적이면 위험이 계속 남는다(출처: BlockSec, 2026-07-20 확인).
2025년 숫자는 확 줄었다. 총 손실 8,385만 달러로 83% 감소, 피해자 수도 106,106명으로 68% 줄었다(출처: Scam Sniffer 2025 리포트, 2026-07-20 확인). 여기서 "공격이 잦아들었구나"로 읽으면 곤란하다. 같은 리포트가 짚는 건 손실 규모가 온체인 활동량을 따라간다는 점이다. ETH가 달리던 3분기 한 분기에만 3,100만 달러가 몰렸는데, 연간 손실의 3분의 1이 넘는 금액이 온체인이 가장 붐빈 석 달에 집중된 셈이다. 거래가 뜸하면 뜯길 것도 줄어든다는 뜻이지, 수법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다음 상승장에서 온체인이 다시 붐빌 때 이 숫자는 같이 돌아온다고 보는 게 맞다. 참고로 손실액을 피해자 수로 나눈 1인당 평균은 790달러로, 2024년(약 1,488달러)의 절반 수준이다(필자 계산 — 리포트가 직접 제시한 값은 아니다).
Permit(EIP-2612) 표준은 온체인 approve 없이 가스비 없는 서명 한 번으로 지출 승인을 내준다(출처: Revoke.cash, 2026-07-20 확인). 단, 모든 토큰이 이 방식을 쓰는 건 아니다. USDC·UNI처럼 EIP-2612를 구현한 토큰에만 해당하고, 나머지는 Uniswap Permit2 같은 별도 계층을 거친다. 지갑 화면에 "그냥 로그인하시겠습니까?"처럼 가볍게 뜨는 경우가 많아 경각심이 낮아진다. 실제로 한 피해자는 서명 한 번으로 176만 달러 넘는 USDC를 잃었다(출처: DarkNavy, 2026-07-20 확인). 새 dApp에 연결할 때 서명창 함수명이 approve인지 permit인지부터 확인하자. 가스비 없는 서명일수록 더 의심해야 한다.
승인 취소(revoke)도 어렵지 않다. Revoke.cash나 이더스캔 Token Approval Checker에 지갑 주소를 검색하면 누구나 승인 목록을 조회할 수 있다(출처: Revoke.cash, Etherscan, Ledger Academy, 2026-07-20 확인). 다만 실제 취소는 본인 지갑을 연결하고 취소 트랜잭션에 서명해야 이뤄진다(소액 가스비 발생). 메타마스크는 무제한 대신 한도를 직접 지정하는 기능도 있다(출처: MetaMask 지원 페이지, 2026-07-20 확인). 단, revoke.cash·etherscan의 가짜 클론이 검색 광고로 노출돼 드레이너의 실제 유입 경로가 되는 경우가 많으니, 도메인은 직접 입력하거나 즐겨찾기로만 접근하고 광고 링크는 클릭하지 않는다.
오늘 바로 해볼 수 있는 행동

지금 5분이면 된다. 다만 지금 어디에 자산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 할 일이 다르다.
업비트·빗썸·바이낸스만 쓰는 경우
- 시드 문구를 사진첩·클라우드 노트·메신저에 저장해뒀는지 되짚어보고, 있다면 오늘 지운다. (거래소만 써도 지갑을 한 번이라도 만들어봤다면 해당된다.)
- 거래소 계정에 2단계 인증(OTP)이 걸려 있는지, 출금 주소 화이트리스트를 쓰고 있는지 확인한다.
- 이번 달에 손댈 돈이 아닌 물량이 얼마인지 계산해보고, 그 금액이 부담스럽게 크다면 콜드월렛 전환을 이번 주 안에 검토한다.
메타마스크 등 자체 지갑을 쓰는 경우 (위 항목에 더해)
- Revoke.cash 또는 Etherscan Token Approval Checker에 도메인을 직접 입력해 접근한 뒤(검색 광고 링크는 클릭하지 않는다 — 가짜 클론이 실제 유입 경로다), 내 지갑 주소로 승인 목록을 확인한다.
- 더 이상 쓰지 않는 dApp의 승인은 지갑을 연결해 취소 트랜잭션에 서명한다(소액 가스비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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